겨울 한라산 등반 눈꽃트레킹, 어리목~윗세오름~영실 등산코스의 환상적인 설경

제주도에 내린 폭설이 만들어낸 그림같은 한라산의 설경

지지난주 제주에는 한라산을 비롯해서 엄청난 폭설이 내려 제주공항까지 잠시 마비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올 겨울에는 오랜만에 한라산 등산계획을 하고 있어서 제주의 눈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바로 제주행 항공권을 예약하고, 눈이 그친 뒤 입산통제가 풀리자마자 한라산을 등반하기로 했습니다. 

 

눈이 그친 직후... 특히 대설이 내린 직후의 한라산 설경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기에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을까..

그리고 얼마나 아름다운 눈꽃이 피었을까 기대를 하며 한라산을 올랐는데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풍경을 만나고 왔네요.

사실 내리던 눈은 제주에 도착하기 하루 전날 그치기는 했지만, 워낙 많은 눈이 내린 탓에

한라산 입산통제는 하루 더 연장이 되었고, 한라산으로 향하는 산간도로 역시 제설작업이 되질 않아 계획보다 하루 늦어진 다음날....

한라산을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루를 더 기다린 덕에 깨끗하게 제설이 된 1100도로를 따라 한라산 등산코스의 시작인 어리목 입구까지 오게 되었네요.

마침 일요일이라 그런지... 정말 많은 등산객들이 한라산을 찾은 날이었습니다.

원래 어리목 입구에서 어리목 주차장 까지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도로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은 제설이 되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상태라 아래쪽 길가에 렌터카를 주차하고 어리목 주차장까지는 걸어가야 했습니다.

그래도 주차장까지 가는 길 양옆의 나무들이 모두 눈꽃을 피우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너무 예쁘더라구요.

어리목 주차장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아이젠 및 겨울등산장비 착용을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한라산을 오르기로 합니다.

한라산 등산코스는 백록담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를 비롯해서

백록담 바로 아래 윗세오름까지 갈 수 있는 어리목, 영실 코스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번에 제가 올랐던 코스는 어리목으로 올라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영실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어리목~영실 코스는 제가 15년전.... 한라산을 처음 등산했을 때의 코스이기도 하고,

또한 그 때 이후로 처음 오르는 코스이기도 해서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하더군요.

어리목 입구에서부터 엄청나게 쌓인 눈은 길따라 이어지며 어리목 계곡 위로 놓여진 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됩니다.

입산통제가 풀린 첫날이어서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데다, 계속해서 가파른 오르막 눈길을 올라가야 하는 코스라

체력안배를 잘하면서 올라가야 합니다.

일단 어리목 계곡에서부터 사제비 동산까지 약 1.8km 구간은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계속 오르는 힘든 코스이긴 했지만,

그래도 숲길 사이로 하얗게 피어난 눈꽃은 한라산의 설경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보통 겨울 한라산 등산코스를 추천할 때 백록담 까지 갈 수 있는 성판악 코스도 많이 추천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겨울만큼은 어리목~영실 코스의 설경이 더 예쁘다고 생각됩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나갈 때 쯤이면, 새하얀 눈을 덮어쓴 구상나무 군락지가 나오게 되는데요.

구상나무의 환상적인 설경 역시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온 등산객의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기에 충분히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생긴 구상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이자 자생지라는 것... 다들 알고 계시죠?

구상나무 군락지가 있는 사제비 동산에서부터는 이제 오르막 경사도 보다 완만해지고 숲길이 아닌 탁 트인 등산로가 나오게 되는데요.

나무숲이 없어 바람이 세지는 구간이기는 하지만, 날씨가 맑을 때 뒤돌아 보면 멀리 제주바다까지 볼 수 있어

정말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사제비 동산에서 조금 더 오르다 보면 만세동산 전망대까지 오르게 되는데요.

이곳 전망대에서부터는 이제 한라산 정상 부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구름이 없을때에 한해서겠지만요.

제가 갔을 때에는 구름이 있다가 사라졌다를 계속 반복해서 잠시나마 정상 부근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해발고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주변의 나무들은 점점 키가 작아지고 마치 모래사막처럼 눈과 바람이 만들어낸

멋진 작품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윗세오름 휴게소 부근입니다.

해발 1700미터에 위치한 윗세오름은 어리목과 영실 코스의 분기점이 되기도 한 곳인데요.

원래 이곳 휴게소 매점에서 먹는 컵라면 맛이 일품이긴 하지만, 최근에 국립공원 사정상 매점을 운영하지 않는 관계로

아쉽게 컵라면 맛은 보지 못한채 가방에 담아갔던 삼각김밥과 간단한 간식으로만 배를 채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윗세오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이제 다시 영실로 내려가기로 했는데요.

막~ 내려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더니 백록담 정상 부근은 물론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날씨가 급변하더라구요.

바람까지 세게 불어오니 역시 겨울산의 날씨는 쉽게 봐서는 안되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영실로 내려가는 코스에서도 어리목 못지 않게 예쁜 눈꽃터널을 지나갈 수 있는 구간이 있어요.

키작은 나무에 피어있는 눈꽃들 사이로 지나가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영실코스는 한라산 등산코스 중에서 정상 부근으로 가는 가장 짧은 코스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이기도 한데요.

때문에 길이 많이 가파르고 계단이 많은 편입니다. 눈길인데다 길이 가파르니 내려가는 길인데도 많이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영실 쪽 코스는 영실기암이라는 병풍바위를 볼 수 있어서 한라산의 절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마치 거대한 산수화를 실사판으로 보는 듯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내려가는 힘든 길도 어렵지 않게 내려갈 수 있었어요.

병풍바위를 바라보며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영실 아래쪽까지 다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짧은 코스다보니 내려가는 길은 금방이더군요.

원래 어리목~윗세오름~영실 코스의 소요시간은 대략 5~6시간 정도면 충분한 시간인데,

겨울철 눈이 많이 쌓여있는 구간이기도 하고 너무나 예쁜 풍경들이 많아 저는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겨울 한라산은 표준 소요시간 보다는 시간을 조금 더 넉넉하게 잡고 산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더라구요.

한라산을 오르면서 스마트폰 짐벌도 같이 챙겨 올라갔었는데, 아이폰에 거치시켜 촬영한 동영상이예요.

사진이랑 동영상이랑 같이 촬영한다고 좀 고생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