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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여름(夏)

경북 울진 가볼만한곳 죽변항 하트해변, 근데 모노레일이 왜 여기에?

by @파란연필@ 2021. 8. 19.

간혹 7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 드라이브를 즐기곤 합니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는 모든 드라이브 여행자들에겐 로망인 곳이기도 한데요. 그 중간쯤 위치해 있는 울진 죽변항은 고즈넉한 동해안 어촌마을의 풍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7번 국도 여행을 하려면 크게 마음을 먹고 날짜를 잡아 출발을 하게 되는데, 개인 취재차 강원도 삼척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울진 죽변항에 잠시 들르기로 했어요. 울진에는 유명한 항구가 두 곳이 있습니다. 남쪽에 후포항이 있고, 북쪽에 죽변항이 있지요.

 

죽변항은 뒤쪽 언덕의 해안가에 오래전 SBS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 세트장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마 2000년대 초반 방영을 했던 드라마라 최근 20대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30대 이상이신 분들은 한번쯤 보시거나 들어봤을 거예요. 저도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 2005년도에 이곳 세트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처음 방문하는 것 같았습니다.

 

드라마 촬영지로 먼저 알려지긴 했지만, 이후 관리가 되지 않아서 한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1박2일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시 한번 소개가 되며 그 때부터 주변에 주차장이라든지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 제가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주차장은 물론, 해안가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 같은 것도 전혀 없이 전형적인 어촌 마을의 모습 그대로였거든요.

 

2005년 당시 울진 죽변항 폭풍속으로 세트장 주변 풍경

지금 죽변항에 폭풍속으로 세트장이라 세워져 있는 빨간 지붕의 집은 사실 실제 드라마 세트장의 모습은 아닙니다. 아마 기존 세트장을 철거 후 새로 지은 것 같은데요. 실제 세트장은 위에 지금의 모습보다 조금 더 일본풍으로 지어진 목조 가옥 형태로 지어진 모습입니다.

 

 

그 땐 세트장이라 임시로 지은 가건물이어서 그런지 구조물이 취약했고,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출입이 통제가 되어서 그냥 먼 발치에서만 볼 수밖에 없다가 결국 태풍이나 강풍에 무너질 위험이 있어 허물고 지금의 빨간 지붕 건물로 새롭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세트장 집 뒷편으로는 드라마에 나왔던 교회 건물도 함께 있었지만, 지금은 교회 건물이 아예 사라졌더라고요.

 

새롭게 지어진 건물은 예전 세트장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부의 집' 이라는 타이틀로 관광객들이 직접 내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히 앞마당과 뒷마당에서는 죽변항 앞바다를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어 날씨가 맑고 좋은 날에는 푸른 동해바다의 모습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되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제가 갔을 땐 날씨가 많이 흐렸어요.

 

세트장 뒤쪽 공간으로 돌아 나가면 난간 쪽에서 해변을 내려다 보는 해안선 풍경이 마치 하트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한 때 SNS에 울진 죽변항 하트해변으로도 많이 소개가 된 포인트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트해변 주변으로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경관을 가리며, 예전의 온전한 하트해변은 이제 더이상 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모노레일 설치를 한 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안전상의 이유로 지금까지도 아직 개통이 되지 않고 흉물처럼 남아 있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굳이 하트해변을 가려가면서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다른 곳처럼 깍아지른 절벽이 있어 위험한 구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변 주변의 풍경을 보려면 얼마든지 해안가 쪽으로 내려가서 두 발로 걸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데, 굳이 왜 모노레일을 설치해서 주변 풍광을 다 망쳐놨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쉽습니다. 물론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런 시설물에 투자를 해서 보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목적이 있었겠지만, 자연을 해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보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울진 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출렁다리라든지 스카이워크 같은 인공구조물을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는데, 이렇게 전국에 비슷한 시설들이 많아짐에 따라 처음엔 사람들이 반짝 모이기는 하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신선함이 떨어지기에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암튼 모노레일 때문에 잠깐 아쉬운 마음을 접어 놓고, 이제 세트장 반대편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용의 꿈길' 이라는 곳을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산책로를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해안가를 따라 대나무 숲길을 지나면 죽변등대까지 길이 이어져 있더라고요.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죽변등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죽변등대는 현재 기념물 154호로 지정이 되어 있고요. 지금은 등대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거의 100년 정도 이곳 울진 주변 항구 어부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오던 중요한 등대였고, 지금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남겨져 있다고 해요. 지금까지 경북 울진 가볼만한곳 죽변항 하트해변과 죽변등대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모노레일이 개통되고 나면 일시적으로 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지는 몰라도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은 사라진 것 같아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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