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남부권) 신공항 꼭 필요한 것일까요?
부산에 살고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는 첫 해외여행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거의 8년전쯤이었는데, 당시 부산-삿포로 직항 항공노선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대한항공에서 주3회 부산-삿포로 구간을 운항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인천-삿포로 구간 항공권을 예약하고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날 밤 11시에
노포동 버스터미널에서 심야 리무진버스를 타고 밤새달려 인천공항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뭐... 고생은 좀 했지만, 이것도 다 여행의 추억이겠거니... 하면서 나름 즐겼는데,
▲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의 폭설로 지연된 대한항공
문제는 돌아올때, 삿포로 현지 기상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비행기가 지연이 되어 인천공항에 밤 9시 넘어 도착을 했더랬지요.
원래 계획된 도착시간은 오후 5시 정도였는데, 그즈음 도착하면 바로 김해행 국내선 비행기를 타거나
KTX로 부산까지 가면 되겠다 생각했지만, 9시가 넘어버리니... 국내선 비행기는 이미 끊긴 시간이고....
KTX도 그 당시에는 부산행 막차가 9시 40분 정도였던터라... KTX도 탈 수 없었습니다.
하는수 없이 새마을호 막차를 겨우 잡아타고 부산에 도착하니 새벽 4시더군요. ㅠ.ㅠ
이게 바로 지방사는 서러움인가.... 생각하며 이때부터 부산에도 좀 번듯한 공항이 생겨
노선이 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며칠전 각 뉴스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언젠가부터 여론에서는 동남권이 아닌 영남권이라 하더군요)
수요조사를 한 결과... 신공항을 지어도 될만한 수요가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진작에 이전 정부에서 당연히 이런 결론이 나왔어야 하는데, 이제서야 수요가 합당하다니... -.-;;
일부 수도권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은 좁은 땅덩어리에 무슨 공항을 또 짓느냐....
지방공항 더 지어봐야 적자밖에 나지 않느냐.... 세금 낭비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 한국공항공사 각 공항별 2013년 실적자료
위의 표는 한국공항공사에서 발표한 작년 한해 국내 모든 공항의 운항편수와 이용객수를 나타낸 표인데요.
인천, 김포공항을 제외하고라도 지방공항 중에서는 제주공항과 함께 유이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공항입니다.
더군다나 제주공항은 지리적 특성상 국내선 운항편수가 기형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용객수가 많은 것이구요.
국제선만 따져도 김해공항은 충분한 수요가 확보되는 공항이예요.
그런데도 적자공항이라느니... 세금낭비라느니... 그럼 인천공항 짓는데 지방사람들의 세금은 포함 안되어 있던가요?
똑같은 세금내고 누군 가까운 거리에 편하게 인천공항까지 가서 마음대로 노선 골라탈 수 있고,
누군 KTX 요금 혹은 국내선 요금 추가해 가면서까지 국제선 노선을 타야하는 이 불공평한 세상... ㅠ.ㅠ
그럼 김해공항 잘 쓰거나 확장하면 되지.. 왜 신공항 만들어 달라고 하나요?
아시다시피 현재 김해공항은 지금도 거의 포화상태입니다.
오전 시간대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돗대기 시장이 따로 없어요.
그리고 김해공항은 지리적으로 엄한데 위치한 군공항이라 반쪽짜리 공항으로서의 한계가 뚜렷하답니다.
활주로 북쪽으로는 신어산이 버티고 있어 비행기가 착륙시 북쪽에서의 접근은 할수도 없는 상황이고,
남쪽으로는 활주로 길이 연장 및 확장을 하고 싶어도 남해고속도로가 가로막고 있어 불가능해요.
"김해공항 18R 써클링 (일명 U턴 착륙)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비행기와 공항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시다면, 김해공항 써클링 착륙에 대해 한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우선 항공기가 기본적으로 안전한 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맞바람을 맞으면서 착륙을 해야 하는데요.
즉..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활주로에 내려야 하는데,
김해공항의 경우 남북으로 활주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방위각에 따라 활주로 번호가 표시되는데,
18번 활주로 (북쪽-->남쪽) 및 36번 활주로(남쪽--->북쪽) 가 두개가 있지요.
보통 북풍이 불땐 아무런 장애물이나 문제없이 바다쪽에서 접근하여 36번 활주로에 착륙하면 되지만,
문제는 남풍이 불어올때인데, 아시다시피 김해공항 북쪽에는 신어산이 버티고 있어
북쪽에서 남쪽으로 18번 활주로 접근은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남풍이 불땐 일명 RWY 18 써클링 랜딩이라고 하여 남쪽에서 36번 활주로로 접근하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활주로와 평행히 날아간 후... 신어산을 마주보고 마치 유턴을 하듯이 18번 활주로에 착륙을 해야 한답니다.
그림으로 보기엔 꽤나 쉬워보여도 실제로 조종사들 사이에선 엄청 위험하고 힘든 착륙과정이라고 해요.
실제 대한항공 A330 기장이신 신지수 기장님의 블로그를 보시면, 김해공항 써클링 랜딩에 대한 에피소드가 잘 소개되어 있는데,
악기상 속에서 써클링 랜딩으로 착륙한 경험을 풀어 놓았으니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듯...
(☞ 신지수 기장님의 조종실에서 보는 세상 : http://blog.daum.net/30percentoff/32)
조금만 조작을 잘못하거나 하면 Miss Approch가 생겨 고어라운드(비행기가 착륙실패 후 재착륙하기 위한 복행과정) 해야 하는 과정인데,
실제 일본항공사에서는 조종사들의 능력평가나 기장승급 심사때 김해공항의 써클링 랜딩 수행능력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난 2002년에는 써클링 랜딩을 수행하던 중국 민항기가 신어산에 추락한 사고도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어찌보면 더더욱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비슷한 예로 예전에 홍콩 카이탁 공항 역시 써클링 비슷하게 반원을 그리며 착륙을 해야 하는 그런 공항이었는데,
지금은 폐쇄되고 안전한 쳅락콕 공항이 새로 지어지게 되었지요.
▲ 지금은 폐쇠된 카이탁 공항 착륙장면
카이탁 공항 착륙도 이렇게 위험해 보이고 힘든데, 김해공항 써클링 역시 못지 않은 위험이 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국내조종사들 사이에서는 김해써클링을 일명 김해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암튼.. 이제 수요조사는 나온것 같으니... 제대로 된 신공항을 제대로 된 지역에 지어서
이제 부산 및 동남권에서도 편하고 안전하게 비행기를 타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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