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의 역사도 이제 제법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걷고 또 제주여행의 한 테마로 자리잡고 있기도 한 곳인데요. 현재 제주도 내의 올레길 코스는 모두 21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주도 섬 해안가 한바퀴를 모두 잇는 21개의 코스는 각 코스마다 그 지역에 맞는 각기 다른 풍경과 모습을 세세하게 둘러볼 수 있기도 한데요. 그 중에서도 올레길을 따라 걸으며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과 함께 사진찍기 좋은곳으로 알려진 두 곳을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 올레길 6코스, 소천지에서 바라 본 한라산
올레길 6코스 구간은 쇠소깍 다리에서부터 시작해 서귀포 시내에 있는 천지연 폭포 부근까지 약 11.6km 이어져 있는 코스입니다. 난이도를 따지자면 비교적 쉬운 '하' 코스에 속하는 곳인데요. 올레길 6코스 중간쯤 걷다 보면, 제주대학교 연수원 인근 해안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숲길이 있고, 해안가 쪽에는 기암괴석들이 얕은 물을 가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소천지'라 불리는 곳인데요. 기암괴석들이 물을 가두고 있는 모습이 마치 백두산의 천지를 닮았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소천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제주 올레길 6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제주대학교 연수원 인근 도로에서 '소천지'를 안내하는 이정표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길을 내려가면, 소천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데크와 함께 해안가까지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저도 소천지로 내려가서 이곳을 처음 봤을 때에는 제주도 해안가에 이런 풍경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꽤 아기자기한(?) 크기의 기암괴석들이 얕은 물을 가두고 있는 모습이 정말 백두산 천지의 그것과 비슷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소천지 너머로 멀리로는 한라산이 뚜렷이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한라산에 눈이 덮혀 있을 때 소천지에 반영되는 한라산 설경이 꽤 예쁘게 보여 사진가들에게도 입소문이 난 포인트이기도 한데요. 아쉽게도 제가 갔을 땐 한라산에 눈이 없었을 뿐더러, 바람이 많이 불어 소천지 반영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소천지에 투명하게 반영이 되는 한라산 설경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면 우선 바람이 없어 소천지의 물결이 잔잔해야 하며, 무엇보다 한라산이 보일만큼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날씨에 또한 한라산 정상 부근에 하얀 눈이 덮혀 있어야 하는 소위 3박자를 제대로 갖춰야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고 해요. 언젠가 저도 다시 겨울 제주도를 찾는다면, 날씨가 좋을 때 소천지 한라산 풍경을 멋지게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2. 올레길 3코스, 노란 감귤껍질의 향연이 펼쳐지는 신천목장
제주 올레길 3코스는 혼인지마을이 있는 온평포구에서부터 시작해 표선 제주민속촌까지 이어지는 약 20.9km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난이도는 6코스와는 다르게 나름 '상' 코스로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는 코스입니다. 특히 3코스는 코스의 시작점부터 내륙쪽과 바다쪽으로 코스가 갈라지게 되는데, 내륙쪽으로는 3-A 코스, 바다쪽으로는 3-B 코스로 구분됩니다. 갈라진 코스는 신천목장 인근에서부터 다시 합쳐지며 만나게 되는데, 바로 이 신천목장에서는 겨울철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신천목장의 바닷가 넓은 평지 위로는 막 수확하고 까낸 감귤껍질들을 펼쳐놓고 말리는 풍경을 볼 수 있는데요. 원래 봄, 여름, 가을까지는 소를 방목해서 키우는 목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곳이지만, 겨울철에는 한약재로 쓰기 위한 감귤껍질을 이렇게 야외에서 말리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해요. 이곳이 바닷가 바로 옆이어서 그런지 푸른 제주의 겨울바다와 주황빛의 감귤껍질의 색감 대비가 잘 아우러져 색다른 제주만의 겨울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 됩니다.
예전에는 올레길을 걷다가 목장 안까지 직접 들어가 감귤껍질 현장을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올레길과 목장 사이에 철조망 울타리가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예요. 일반인 여행객들이 목장 안으로 들어와 말리고 있는 감귤껍질을 마구 밟고 다니는 바람에 이렇게 출입을 할 수 없도록 철조망을 세웠다고 합니다. 원래 올레길에 속하는 구역도 사유지라고 하지만,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선의로 개방하고 있는 곳이라고 하니 지킬 건 지키고 매너있는 관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비록 예전처럼 목장 안으로 들어가 감귤껍질 말리는 현장을 가까이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철조망 사이로 멀리서는 바라볼 수 있으니 겨울철 올레길 3코스를 걷게 된다면, 이곳 신천목장을 지날 때 한 번쯤 눈여겨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해가 지는 저녁 시간대에는 일몰 빛이 꽤나 근사하기도 했고, 또한 바닷가 반대쪽으로는 한라산까지 바라볼 수 있어 한라산과 함께 대비되는 제주감귤의 주황빛 색감이 매우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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