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계곡이라 함은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도 많이들 찾지만,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가을 시즌 계곡 트레킹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지요. 전국 유명 계곡에는 크고 작은 트레킹 코스들이 잘 정비된 곳이 많은데요.
이번 글에서는 경남 지역에서 걷기 좋은 계곡 트레킹 장소 한 곳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바로 경남 거창 수승대 계곡인데요. 이곳은 거북바위 명승지로도 유명한 곳이기도 해서 사시사철 꽤 많은 분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거창 수승대의 역사
거창 수승대는 삼국시대 사신들의 이야기와 조선시대 선비들의 이야기가 함께 전해 내려오는 곳이기도 한데요. 삼국시대 때에는 이곳 수승대가 신라 및 백제의 국경 지대이기도 했고, 실제 백제에서 신라로 사신들을 보낼 때면 사신들이 죽임을 당하고 돌아오지 못한 때가 많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을 사신들을 보냈던 '수송대'라 부르다가 조선시대가 되면서 퇴계 이황선생이 이곳의 풍경에 반해 이름을 '수승대'로 바꿨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거창 수승대 계곡 트레킹
최근에는 거창 수승대 출렁다리가 새로 생겼는데, 제가 갔을 땐 출렁다리는 없었고, 그냥 계곡을 가로지르는 짧은 현수교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거창 수승대 트레킹은 이 현수교 쪽에서부터 시작되는데요.
현수교를 기점으로 계곡을 따라 좌우 양쪽으로 나란히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어 순환형 코스로 걸어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저는 현수교를 건너 왼쪽 계곡길을 따라 요수정과 거북바위 있는 곳까지 갔다가 다시 오른쪽 계곡길로 내려오는 코스로 걸었어요. 경남 거창은 가을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오는 곳이기도 한데, 10월 중순에 방문을 했더니 벌써 단풍이 한창인 모습이더라고요.
일단 현수교를 건넌 뒤,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기로 합니다. 가로등 표지판에도 이곳이 수승대 트레킹길이라고 안내를 하고 있더군요. 저는 계곡 왼쪽길을 따라 먼저 걸었지만, 오른쪽길로 해서 반대 방향으로 걸으셔도 됩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소리를 들으며 정도 걷다 보니 어느새 계곡 바위 위에 자리잡은 요수정 정자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요수정은 요수 신권 선생(1501-1573)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래 위치는 조금 더 아래쪽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이 되었고, 이후 후손들이 지금의 위치에 다시 짓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요수정 맞은편에는 커다란 바위와 암벽을 볼 수 있는데요. 일명 거북바위라 불리는 곳입니다. 구연교 돌다리를 건너면 바로 거북바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곳 역시 요수정과 마찬가지로 이곳 수승대 계곡에서도 풍류를 즐겼으며, 바위 곳곳에는 옛 선비들이 바위 위에 싯구를 새겨넣은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구연교를 지나 거북바위가 있는 곳에서부터는 이제 계곡 오른쪽길을 따라 처음 출발했던 현수교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걸으면 되는데요. 내려가는 길에는 구연서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구연서원은 요수정을 세웠던 신권 선생이 원래 '구연재'라는 서당을 만든 곳이라고 하는데, 이후 지방 유림들에 의해 그를 기리고 배향하기 위해 서원으로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구연서원 앞마당에는 여러 비석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도 거북모양의 비석기단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비석 주변으로는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어 본격적인 가을 시즌에는 노란 단풍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암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시즌, 계곡을 따라 가볍게 트레킹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고 옛 명승지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나름 괜찮았던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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