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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끄적거리기/일상이야기

아직 갈 길 먼 국내여행지 상술, 여수 낭만포차 바가지의 추억

by @파란연필@ 2020. 7. 11.

올해는 유독 해외여행 보다는 국내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번 여름휴가 역시 해외 보다는 국내여행지를 찾아가려는 여행객들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물론 우리나라도 찾아 보면 해외 못지 않은 풍광과 볼거리 먹거리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국내여행지에 대한 씁쓸하고 좋지 못한 기억이 남아 있는 분들도 많이 계실거예요.

 

저 역시 2년전... 최근 뜨고 있는 국내여행지 중의 한 곳이라 할 수 있는 여수에서 그리 좋지 못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아.. 물론 여수는 푸른 남해바다와 함께 멋진 풍경, 그리고 간장게장을 비롯해 싱싱하고 풍부한 먹거리가 가득한 인기있는 여행지임에는 틀림이 없는 곳이예요. 거기에 가수 장범준의 '여수밤바다'라는 노래 때문인지 이맘때쯤이면 여름 밤바다의 낭만을 즐기러 찾아오는 분들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젊은 연령층이 여수를 찾는다면 꼭 들리는 곳이 있으니 바로 여수 낭만포차 거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은 소음과 교통체증 민원 때문에 낭만포차 거리가 이전을 하여 거북선대교 아래쪽으로 옮겨졌지만, 작년 이전까지는 여수 해양공원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낭만포차 주변 밤거리는 항상 활기차고 북적거리는 분위기였고요. 이전에도 이곳을 몇 번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그냥 지나치기만 했지... 포차 안으로 들어가본 적은 없었는데, 오랜만의 여수 방문에 날씨가 덥기는 했지만, 여름의 시원한 밤바다의 분위기에 취해 저도 분위기에 이끌려 일행과 함께 처음으로 낭만포차에서 술을 한잔 기울여 보기로 했습니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SNS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 낭만포차 주변은 인산인해에 포차마다 손님들이 가득차 빈 자리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SNS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00번 집을 찾아 가기는 했지만, 역시 빈 자리는 남아있지 않고 그래도 유명한 곳이니 조금 기다려 볼까 하는 마음에 주인분께 어디서 기다리면 되냐고 물어 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아주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냥 밖에서 기다리세요' 라는 짧은 단답... 그리고는 이내 주방으로 휙~ 가버리더군요. 아니 바깥은 그냥 공원이고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밖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곳 가게 대기인원은 아닐테고... 도대체 번호표나 순번도 없는 상태에서 어디서 기다리라는건지... 순간 마음이 상해 이 때부터 낭만포차에 대한 인식이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기다리는 것 보다는 그냥 딴 곳으로 찾아가 보자.... 라는 생각으로 다른 곳 빈자리 있는 가게를 다시 한번 열심히 찾아 겨우 빈 자리 있는 포차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더운 여름철... 따닥따닥 붙어 있는 테이블에 겨우 자리를 잡고 직원이 추천하는 해물삼합을 주문했는데요. 여수 낭만포차 대부분 해물삼합이 주메뉴인 듯해 보였습니다. 메뉴판의 가격이 조금 비싸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리값이랑 분위기값이라 생각하고 주문을 하긴 했는데, 막상 나온 음식은 위의 첫번째 사진의 모습이었습니다.

 

 

저 한접시의 가격이 얼마 정도 할까요? 자그마치 무려 4만원 짜리 해물삼합 이랍니다. 가격 실화인가요? 새우 3마리에 쭈꾸미 몇 마리 그리고 얇게 썰은 고기 몇 점 외엔 전부 야채가 전부인 이 한 접시가 무려 4만원의 가격이라니...... 아무리 자리값과 SNS 유명세... 휴가철이긴 했지만, 이건 좀 너무한 가격이더군요.

 

그리고 처음 들어간 가게도 그렇고, 겨우 찾아 들어간 가게도 그렇고 사람이 워낙 많아 바빠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썩 친절한 느낌을 받지 못하고 그저 빨리 먹고 테이블이나 비워 주라는 눈빛으로 서빙하는 모습에 많이 실망을 했습니다. 뭐.. 어차피 주문은 했고, 이렇게 호갱이 되는구나 싶어 그냥 체념을 하고 전남 지역의 대표 소주인 잎새주에 라벨을 '여수밤바다'로 바꾼 소주를 주문해서 꾸역 꾸역 먹기는 했습니다.

 

날씨는 덥고 차려진 음식양에 비해 가격은 터무니 없고, 거기에 한창 더운 여름휴가철 열대야기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테이블간 자리도 매우 좁고 의자도 불편해서 오래 앉아 있기가 힘이 들더군요. 정말 땀을 흠뻑 쏟으며 불편하게 먹었던 기억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여수 낭만포차에 대한 이미지가 안좋았던 사건이 발생했으니.... 더운 상태에서 워낙 땀을 많이 흘려 물 좀 달라고 하니 직원히 했던 말.... "생수 첫 한통은 서비스로 드리는 거고 두번째 부터는 1000원씩 추가됩니다" 이건 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는 곳이더군요. 포장마차에서 4만원 짜리 음식에 물값까지 따로 계산을 하다니.... 안그래도 열대야에 땀을 많이 흘려 물을 많이 마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물을 돈 받고 파는 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비단 이 가게 뿐만 아니라 대부분 포차에서 이 가격대의 안주와 별도의 물을 판매하고 있었을 듯 합니다.

 

물까지 추가요금을 받고 마셔야 한다는 얘기에 안그래도 떨어진 입맛에 더는 못 있을 것 같아 대충 고기와 해산물만 집어 먹고 난 후, 마시던 여수밤바다 소주를 챙겨들고 가게를 나와 버렸습니다. 그냥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 사서 바다 보며 마시는 것이 훨씬 더 시원하고 낭만이 있더군요.

 

원래 낭만포차가 처음 만들어진 의도가 정말 낭만을 찾기 위한 그런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이 때는 휴가철이기도 하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유명한 곳이다 보니 '낭만'이라는 단어를 포장한 채 그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탕 벌어보자는 곳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자리를 이전한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게 주인도 많이 바뀌고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다는 얘기도 들리긴 하지만, 이제라도 휴가지나 여행지에서의 바가지 상술은 꼭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러니 너도 나도 국내 보다는 해외로 나갈려고들 하지요. 암튼 올해는 또 어쩔 수 없이 국내여행을 갈 수 밖에 없을텐데, 국내여행을 활성화하고 살리기 위해서는 관계 기관에서도 이런 부분은 꼭 좀 잘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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