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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여름(夏)

간이역 폐역의 변신, 경부선 고모역 복합문화공간

by @파란연필@ 2021.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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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열차 투입 및 노선 확대로 인해 작은 간이역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미 폐역의 길로 들어선 역도 많고 그냥 방치되어 흉물로 남아 있는 역들도 많은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고모역은 여느 간이역과 다를 바 없는 작은 역이었고, 또한 폐역이 된 역이지만, 다른 간이역 폐역들의 모델이 될 만큼 리모델링이 잘 된 곳이라 생각됩니다.

 

고모역은 경부선에 위치한 작은 역입니다. 무궁화호나 ITX 새마을호를 타고 가다 보면, 경산역을 지나 동대구역 도착 전 고모역을 지나게 되는데요. 지금은 폐역이 되어 정차하는 열차없이 그냥 통과하는 역이지만, 예전에는 몇몇 정차하는 열차들이 있었던 역입니다.

 

외관만 보면 빨간 벽돌건물이 꽤나 인상적이면서도 예쁘게 보이는 고모역입니다. 대구에 위치한 고모역을 찾아가려면, 지금은 기차가 서지 않는 역이라 기차로 찾아가는 건 어렵고, 시내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요. 대구 지하철 2호선 연호역에서 마을버스 수성2번을 타면 고모역 바로 앞에 내릴 수 있지만, 배차시간이 긴 편이라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연호역에서 고모역까지는 2.5km 정도 되니 택시비는 그리 많이 나오진 않을거예요.

 

고모역은 대구 인근에 위치한 역이기도 하고 실제 역사가 꽤 오래된 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KTX가 개통이 되고 역을 이용하는 이용객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2004년 여객 취급 업무가 중지되고, 2006년엔 화물 취급 마저 중단이 되어 지금까지 폐역이 된 채로 덩그러니 남아 있던 역이었습니다.

 

 

그러다가 3년 전, 2018년에 지자체의 노력을 통해 폐역이 된 고모역을 되살리고자 공공디자인 공모를 통해 지금은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이 되었는데요. 대구의 새로운 문화역사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은 옛 고모역 대합실 공간을 활용한 고모뮤지엄 실내전시관과 더불어 역 주변 야외산책로를 따라 고모 파빌리온으로 이어지는 야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내를 먼저 둘러봐도 좋고, 야외 전시공간을 먼저 둘러보셔도 좋으니 편하신 대로 동선을 따라 구경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옛 대합실 공간이었던 고모뮤지엄 실내전시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도로쪽 정문이 아닌 승강장 쪽에 있는 반대편 문으로 입장하셔야 합니다. 아직 코로나 때문에 문을 한쪽만 개방을 해놓은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아직까지는 단체관람도 불가능하고 개인관람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입장시 방역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요.

 

사실 고모역은 슬픔과 애환의 역사가 남아있는 역이기도 합니다. 고모역이 있는 위치가 실제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고모령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옛날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에는 고모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오르막을 올라야 해서 힘이 딸려 속도가 많이 늦었다고 하는데요.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기차를 타고 강제징용으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기차가 속도를 늦추는 이곳 고모역 부근 고모령에는 아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모여드는 어머니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옛 대합실로 쓰이던 고모뮤지엄 실내전시관은 대합실 공간과 역무원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대합실 공간에는 고모역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글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역무원 공간에는 고모역의 슬픔과 애환으로 인해 만들어진 문화에 대한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옛 간이역 대합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긴 나무의자가 간이역의 정겨움과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예전에 승차권을 구입하던 역 창구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엔 예전 통일호 운행 시절 쓰이던 종이 승차권 모습도 볼 수 있는데요. 중년 이상이신 분들은 어렸을 적 기차를 탔을 때 다들 아마 한번 쯤 보셨을 티켓일 거예요.

 

고모역은 다들 잘 아시고 친숙한 '비내리는 고모령'의 배경이 된 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합실 공간 한쪽에는 고모역과 함께 고모령에 관련된 옛 모습과 문화들을 살펴볼 수 있는 소품들이 전시되어 잇습니다. 또한 한쪽에는 철도원 복장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옷을 입고 기념촬영을 할 수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아 보였습니다. 체험료와 입장료는 모두 무료예요.

 

고모뮤지엄 실내전시관을 모두 둘러본 뒤, 야외전시관으로 나가 봤습니다. 역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가다 보면, 고모 파빌리온 쉼터가 나오게 되는데요. 이곳은 선로 바로 옆에 있는 곳이라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하기에도 좋습니다. 위시콘(Wish Cone) 이라는 고깔 모양의 원통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지나가는 기차소리와 주변 바람소리 및 새소리를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상 고모역 실내 및 야외전시관까지 모두 둘러봤는데요. 작은 간이역에 폐역까지 되어 볼품없고 찾는 이 없는 쓸쓸하고 외로운 역이었지만,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잘 풀어내 사람들의 발길을 다시 오게 할 수 있도록 꽤 모범적인 리모델링을 한 곳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구 근교에 위치해 있으니 대구를 방문하거나 여행할 일이 있으면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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