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겨울철 울릉도 여행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울릉도가 육지와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라 동해 바다의 파도가 높은 겨울철에는 배를 타고 가는 것만 해도 멀미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울릉도 여행은 겨울만의 매력이 또 있는 것 같습니다.
울릉도 학포항은 서쪽 해안가에 자리잡은 작은 포구로 여름철에는 아름다운 동해 물빛 때문에 스노클룽 명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고, 겨울철에는 서쪽 바다의 저녁 노을 및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지요. 울릉도 도착 첫날, 이미 해가 짧은 겨울철이라 다른 여행지를 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처음으로 들른 곳이 바로 학포항이었습니다.
포항에서 타고 왔던 울릉크루즈 선착장이 사동항 쪽이라 사동항에서 학포항까지는 차로 대략 3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안그래도 해가 짧은 겨울인데, 울릉도가 또 우리나라 최동단에 위치한 곳이라 그런지 해가 지는 일몰시간이 육지와 비교하면 꽤 이른 편이더라고요. 12월엔 울릉도 일몰 시간이 오후 5시 이전일 때가 많습니다.
다행히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기 전, 학포항에 도착을 할 수 있었고, 해변 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인적 없는 매우 썰렁한 곳으로 보이긴 했지만, 사실 여름엔 스노클링을 비롯해 이곳에서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해요.
학동항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학포야영장에는 추운 겨울철인데도 캠핑을 하는 텐트가 두 동 정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전에 1박2일 출연진들이 이곳 울릉도 학포항에서 촬영하며, 스노클링을 즐기기도 해서 울릉도 스노클링 포인트로 소개가 되고 있으며, 그래서인지 인근엔 무료샤워장도 잘 갖춰져 있더군요.
지금은 추운 겨울철이어서 스노클링은 할 수 없지만, 대신 이렇게 해가 지는 저녁 시간대에 근사한 일몰을 마주할 수 있는 일몰 맛집으로 바뀌는 곳이 됩니다. 섬 지역의 특성상 울릉도 동쪽에는 당연히 일출 명소가 있을테고, 서쪽 해변엔 이렇게 일몰 명소가 군데군데 있습니다.
일출이나 일몰이나 해가 수평선 가까이에 가면 갈수록 육안으로도 해가 뜨고 지는 것이 보일 만큼 그 움직임이 매우 빨라지게 되는데요. 하늘빛의 여명이 바뀌는 모습을 감상하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고 있는데, 해가 금방 수평선 아래로 자취를 감춰버리더라고요.
해가 진 방향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하늘에 남아있는 여명의 기운으로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게 되었는데, 한쪽에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 절벽이 보였습니다. 학포항과 학포마을의 지명이 마을 뒷편에 있는 암산에 학이 앉아 있는 모양의 바위가 있어 학포라는 지명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울릉도 자체가 화산섬이어서 그런지 학포항 해변을 비롯해 대부분 해안가의 해변은 모래 대신 이렇게 자갈이나 몽돌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친 동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울릉도이기도 하고, 게다가 겨울철이라 그런지 해변으로 몰아치는 파도가 생각보다 매서운 편이었습니다. 상당히 거칠더라고요. 이제 하늘의 여명의 붉은 기운도 점점 다해가고 완전히 어둠이 찾아오며, 울릉도에서의 첫날을 마무리 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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