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도착 첫날은 배편이 지연 운항이 되어 오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원래 계획했던 일정을 할 수 없어 본격적인 여행 일정은 둘째날 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울릉도 도착 둘째날 일정의 시작은 나리분지에서 시작을 하기로 했어요. 울릉도를 가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도 다들 나리분지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학교 다닐 때 지리시간에 유일하게 울릉도에서 평지 지형이 있는 곳이라고 배웠습니다. 울릉도 전체가 화산섬이라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뾰족뾰족한 산 밖에 보이지 않지만, 유일하게 이곳 나리분지는 넓은 평지가 형성된 곳이예요. 울릉도 나리분지는 화산 폭발 당시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 화구가 함몰되어 만들어진 지형이라고 합니다.
나리분지 전망대
나리분지의 전체 넓이는 축구장 28개 정도의 규모라고 합니다. 이러한 나리분지를 아주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육지에 있는 분지 지형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그래도 울릉도 화산 지형 속에서 이런 넓은 평지 지형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원래 겨울철 울릉도는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데, 조금 이른 겨울철이라 그런지 아쉽게도 눈소식은 없었습니다.
알봉 둘레길 트레킹
이곳 나리분지는 화산 지형에 생긴 독특한 특성 때문에 국가지질공원으로도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으로는 산책 및 트레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기도 한데요. 나리분지 전망대에서 내려와 나리분지 마을 쪽에서부터 시작하는 트레킹 코스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나리분지를 둘러싼 깃대봉과 알봉 주변으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울릉도 트레킹 코스로도 많이들 추천하는 곳이라고 해요. 트레킹을 하다 보면, 섬 지역의 특성상 이곳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나무와 식물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숲의 풍경도 마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알봉 둘레길 코스를 걸어 봤습니다. 둘레길로 조성된 곳이라 그런지 대부분 거의 평지에 가까운 편안한 코스를 걸을 수 있더라고요. 겨울이어서 그런지 둘레길 주변의 나무들은 이미 모두 낙엽으로 떨어진 상태라 앙상한 나뭇가지가 겨울의 쓸쓸한 풍경을 대변해주고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계절이라면 울릉도 숲의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이곳은 야생화 군락지로 조성된 곳이라고 합니다.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지라고 하는데요. 울릉국화의 개화시기는 9~10월 정도라고 하니 이 시기에 방문하신다면 예쁜 울릉국화꽃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섬백리향은 꽃의 향기가 백리까지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꽃이라고 해요. 섬백리향 꽃 역시 지금은 이미 모두 지고 난 후라 아쉽게도 내년을 다시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은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꽃으로 지금은 천연기념물로도 지정이 되어 있다고 해요.
울릉도 전통가옥 투막집
그렇게 숲길을 따라 둘레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시야가 확 트이는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곳에는 울릉도 전통가옥 중 하나인 투막집 한 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전에 학창시절 울릉도 전통가옥이라 하면 너와집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투막집 역시 울릉도 전통가옥 중의 하나라고 해요.
육지에서의 초가집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 안으로 들어가보면, 그 구조가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투막집은 나무로 벽을 만들고 흙을 붙인 다음, 너와와 억새를 이용해 지붕을 얹은 구조라고 하는데요. 4칸이 일자형태의 구조로 이루어진 집으로 집 주위를 우데기로 둘러친 모습은 눈이 많이 내리는 울릉도 지형 특성상 눈으로부터 집 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라고 합니다.
울릉도 숲길 원시림
투막집을 나와 다시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성인봉 산기슭 초입에 위치한 신령수가 있는 곳에 다다르게 됩니다. 일반 약수터처럼 생긴 신령수는 간단히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되어 있고, 한쪽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족욕장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겨울에는 물이 없지만, 더운 여름철에는 이곳 족욕장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피서가 따로 없을 것 같더라고요.
신령수 주변의 숲들은 모두 울릉도 원시림으로 이루어진 숲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성인봉 윈시림이라 부르기도 하는 곳인데요. 역시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곳이며, 섬 지역의 특성상 오랜 기간 동안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요. 너도밤나무숲, 솔송나무, 섬단풍나무 등 역시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나무들로 숲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시림 있는 곳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면 본격적으로 성인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연결이 됩니다. 저는 등산을 할 것은 아니기에 다시 왔던 곳으로 발길을 돌려 봅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넓은 메밀밭이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요. 지금은 메밀을 모두 수확한 이후라 그냥 넓은 잔디밭으로만 남아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곳의 풍경도 참 좋더라고요. 지금까지 나리분지를 지나 울릉도 알봉 둘레길 트레킹을 해보게 되었는데, 울릉도만의 독특한 지형과 숲을 즐길 수 있어서 나름 뜻깊은 트레킹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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