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재미있게 봤던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바로 이병헌 조승우 주연이었던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였는데요. 당시 사회상을 잘 반영해 주던 영화라서 더 재미있게 봤었던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그 때 영화에 나왔던 주요 촬영지가 단양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단양여행을 갔을 때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에 나왔던 촬영지는 단양 새한서점인데요. 보통 서점이나 책방이라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에 자리잡고 있기 마련인데, 충북 단양군에 위치한 새한서점은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가도 아닌 산속 깊숙한 곳에 있는 조그만 책방입니다.
제가 갔을 때에는 네비에 검색은 되지만 최종 목적지 바로 앞까지는 안내가 되질 않고 가다가 중간에 차를 세운 뒤 한참동안 걸어서 숲길을 들어가야 나오는 정말 오지 같은 곳에 있는 곳이더라고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짐작을 하시다시피 이곳은 영화 속 이병헌과 조승우의 은신처로 나오는 곳입니다. 그 유명한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 한잔!!' 이라는 명대사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해요. 워낙 깊숙한 곳에 있어 쉽게 찾아가기도 힘든 곳이지만, 영화에 소개가 되면서부터는 그래도 알음알음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 장마가 막~ 시작되는 시기여서 그런지 이날 새한서점을 찾은 날도 굵은 비가 내리고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단양 지역에 정말 많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비오는 날의 허름한 헌책방 중고서점의 분위기가 왠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서점으로 들어가기 전 나름 기대를 하며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새한서점이 처음부터 이곳 단양 산 속 깊숙한 곳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40여년 전, 서울 고려대 앞에서 작은 책방으로 문을 열기 시작한 곳이었는데, 지난 2001년 온라인 중고서점으로 변신을 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바깥에서 보면 이곳이 서점인지 창고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허름한 판자를 이어붙인 모양새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곳이지만, 내부의 분위기는 또 다른 것 같았습니다.
영화가 개봉되고 인기를 얻은 후에는 이곳을 알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는 서점 안이 시끄럽고 소란스러울 때가 있어 주인분께서 작은 규칙 하나를 만드셨더라고요. 아무래도 서점이라는 공간인만큼 서점 내에서는 조용한 관람을 당부하고 있고, 특히 책방의 분위기만을 보고 사진 동호회의 단체출사 같은 것은 금지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이 평일이기도 했고 또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어서 그런지 서점을 찾아온 사람은 저희 일행 말고는 아무도 없더라고요. 덕분에 서점 내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정말 허름한 창고 같아 보여 여기가 서점이 맞나 싶을 정도였는데, 안으로 들어와 보니 책장 가득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보고선 아.. 서점이 맞긴 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영화 속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이기도 했습니다.
다들 장마철이나 습기가 많은 날.. 이런 책방 같은 곳에 들어서면 눅눅한 헌책 특유의 냄새를 많이 맡아 보셨을텐데요. 이날 역시 서점 안에는 그러한 책냄새들이 유난히 많이 나기는 했는데, 그리 싫지많은 않은 냄새였어요. 마치 과거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아련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곳의 책들은 그냥 장식용으로만 있는 것들이 아니고 실제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있으며 없는 책 빼고 다 있을 정도로 그 종류도 정말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한쪽 구석에는 만화책 코너가 마련되어 있을 정도더군요.
서점 내의 한쪽 유리창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이 걸려 있는데, 바로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을 그려놓은 스케치인 것 같습니다. 이병헌과 조승우가 평상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네요.
영화 속 그 장면이 바로 서점 바깥쪽에 있는 평상에서 촬영이 되었습니다. 실제 두 배우가 이곳에 마주보고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촬영을 했던 장소이지요. 평상 위에 못 올라갈 줄 알았는데, 올라갈 수 있는 것 같더군요. 마침 비도 오고 해서 저도 평상 위에 올라가 앉아 봤는데, 영화 속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영화 속 명대사로 나왔던 모히또를 팔고 있기도 한데요. 유리잔에 그럴싸하게 나오면 좋겠지만, 이렇게 페트병에 담긴 모히또를 팔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실제 책을 읽거나 책을 구입하는 손님들은 별로 없이 그냥 인증샷만 찍고 돌아가는 분들이 많은데요. 인증샷도 좋지만, 그래서 서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인생샷 보다는 인색책을 한번 건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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