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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여름(夏)

이제 내년이면 더이상 못 볼 수도 있는 경주 불국사역

by @파란연필@ 2020. 8. 20.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들 경주 불국사에 관한 추억이 하나씩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유적지가 많은 경주이기도 하고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많이들 가는 곳이기 때문에 낯설지 않을텐데요. 수학여행으로 갈 때에는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기 때문에 이곳에 기차가 다닌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경주 시내에 위치한 경주역과 불국사 인근의 불국사역은 오랫동안 경주 여행을 하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두 역 모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역 건물 자체가 한옥 양식의 기와지붕이 얹어진 형태여서 경주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역이기도 한데요. 그 중에서도 불국사와 가까이에 있는  불국사역을 얼마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신라시대 전통 한옥의 모습을 갖춘 불국사역은 1918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금껏 이 자리를 지켜온 유서깊은 역입니다.

 

지금은 주로 부전~동대구 구간의 옛 동해남부선 (지금의 동해선) 철로를 이용하여 운행하는 무궁화호 정차역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현재 부전~동대구 구간의 노선의 경우, 부전역~일광역 구간은 몇 해 전 개통이 된 동해선 광역전철 노선과 함께 공유되어 운행이 되고 있고, 일광역 이후로는 태화강역과 호계역을 지나 불국사역, 경주역, 영천역, 하양역을 거쳐 동대구역까지 옛 비전철 구간 철로로 운행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선도 이제 내년 2021년이 되면 동해선 광역전철이 태화강역까지 완전 개통이 되고, 태화강역 이후 구간은 (울산)송정역을 경유해 신경주역까지 우회하는 새로운 복선전철 선로로 이설이 될 예정이라 기존 호계역과 불국사역, 경주역은 폐역과 폐션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노선으로 개통이 되고 나면 폐역 예정인 역들은 철거가 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어 더이상 못 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불국사역이 철거되어 사라지기 전, 현재 남아있는 역사의 모습이라도 사진으로 남겨보고자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부전역에서 기차를 타고 불국사역까지 가게 되었는데요. 부전역에서 불국사역까지는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일광역 이후 구간 부터는 곡선 선형이 많고 속도를 많이 낼 수 없는 구간이 많아 일반 승용차나 버스로 가는 것 보다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열차에서 내려 역 주변을 살펴보며 오랫동안 눈에 담아보려 합니다. 열차가 떠난 후, 혼자 승강장 쪽에서 촬영을 하고 있으니 역무원께서 안전을 당부하시더라고요. 곧 폐역 예정이라지만 지금도 여전히 기차는 오가고 있는 곳이라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곳입니다. 역 바깥으로 나오니 빨간색 느린우체통이 눈에 띄는군요.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역이긴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역이라 그런지 깨끗하게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유서 깊은 역을 폐역 시킨다는 결정에 예전부터 불국사역 역장님을 비롯해 인근 지역 분들이 폐역을 반대해 왔다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역 안팎으로 폐역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현수막이 모두 사라진 상태입니다.

 

역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대합실 내부도 작고 아담한 모습입니다. 마찬가지로 역 내부도 불국사라는 관광지에 위치한 곳이라 그런지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었어요. 아.. 그리고 불국사역이라 해서 실제 불국사가 바로 앞에 있지는 않아요. 불국사역에서 불국사까지는 3km 조금 넘는 거리라 걸어서 가기엔 조금 멀고, 차를 타야 하는데,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불국사까지 운행하는 버스편은 많이 있습니다.

 

역무원이 근무하고 있어 외국인들과 어르신들의 발권을 위한 창구도 운영되고 있고요. 벽 한쪽에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운행중인 철도차량에 관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창구 앞에는 불국사역 스탬프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불국사역이 폐역이 되고 나면 이 스탬프도 아마 레어템이 될 수 있겠지요?

 

불국사라는 관광지 쪽에 위치한 역이라 그런지 그래도 아직까지는 정차하는 열차편이 제법 많은 편이예요. 주로 부전~동대구 구간의 열차들이 많이 서고 있고, 그 외에도 포항 방면과 청량리 방면, 그리고 순천방면의 열차도 하루에 1~2차례씩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역 구내 승강장 쪽에는 기차를 기다리기 위한 야외 쉼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쉼터 쪽에는 불국사역이 영업을 할 당시 심었던 향나무가 식재되어 있는데, 향나무 역시 불국사역과 역사를 같이 하다 보니 어느새 100살이 넘었다고 하더군요.

 

승강장 표지판 폴사인에 적힌 역들은 (불국사역, 경주역, 호계역) 공교롭게도 모두 폐역이 될 역들이네요. 암튼 이제 폐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각계 각층에서는 폐역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이 갈리는 것 같기도 한데요.

 

여객수요와 선로의 선형을 보자면 폐역을 하는 것이 맞기도 하지만, 그래도 100년이 넘는 유서깊은 역인데다 국내 최대 관광지 중의 하나인 불국사역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라도 쉽게 폐역을 결정짓는 것도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폐선과 폐역은 어쩔 수 없더라도 역은 철거하지 말고 보존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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