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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여름(夏)

기차역과 고기집이 공존했던 경전선 진상역의 기막힌 사연

by @파란연필@ 202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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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기차여행이나 간이역 여행을 하다 보면 이름이 특이하거나 재미있는 역을 지나칠 때도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진상역 또한 그 중의 하나일텐데요. 진상역이란 이름도 재미있지만, 일반적인 역 하고는 다른 특이한 이력을 가진 역이기도 합니다.

 

진상역은 부산의 부전역과 전남 목포역 사이의 남해안 구간을 연결하는 경전선 노선 간이역 중의 하나입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경남의 하동역과 전남의 광양역 사이에 위치한 작은 간이역인데요. 원래 하동역과 광양역 사이의 역은 진상역 말고도 옥곡역이 하나 더 있었지만, 경전선 복선전철화 과정 중 선형이 바뀌면서 옥곡역은 폐역이 되어 광양역에서 바로 진상역으로 연결이 됩니다.

 

새 진상역
구 진상역

경전선 노선이 복선전철화 되는 과정 중에 진상역은 바로 옆에 새 역사 건물이 들어서고, 구 진상역은 지금까지 이렇게 남아 있어 새 진상역과 구 진상역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예요. 진상역은 경전선 부전 방향으로는 전라도의 마지막 역이이기도 하고, 목포/순천 방면으로는 전라도의 첫 역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 새로운 역사가 들어서면, 구 역사는 자연스레 폐역이 되고 철거가 되기 마련인데, 구 진상역은 지금까지도 이렇게 번듯하게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기차역의 외형을 그대로 갖추고는 있지만, 실제 이곳은 현재 한우식당과 정육점이 함께 영업을 하는 곳으로 되어 있어요.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당연히 신 역사가 생기고 나서 구 역사의 활용을 위해 고기집이 들어서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겠지만, 실은 신 역사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이곳 구 진상역은 기차역과 함께 고기집 영업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2008년부터라고 하는데, 한쪽엔 고기집, 한쪽엔 기차역으로 한 지붕 두 가족 건물로 사용이 되었던 것이지요.

 

구 진상역 대합실 공간

그럼 역 내부가 고기집인데 일반 기차 승객들은 어디서 기차를 기다리고 어떻게 승강장 쪽으로 이동을 했는지 궁금해 지기도 하는데, 대합실로 쓰였던 공간의 흔적이 바로 옆에 있더라고요. 역 건물 왼쪽에 보면 남녀 화장실이 각각 있고, 그 왼쪽으로 하나의 문이 더 있습니다. 그 곳에 조그마한 공간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대합실로 쓰였던 공간이라고 해요. 매우 협소하고 작아 보이기도 하는데, 나무벤치만 벽 한쪽에 놓여 있는 모습이었고, 아마 대합실 크기만 놓고 봤을 땐 진상역이 가장 작은 국내 최소형 대합실이 아니었을까 추측됩니다.

 

건물 바깥쪽 주변엔 이렇게 옛 화장실 간판과 알림 표지판이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 예전에 이곳이 기차역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기차역이 고기집과 한 지붇 두 가족 생활을 했을까요? 아마 그 때나 지금이나 진상역을 이용하는 승객 수요가 적기도 했을테고, 그렇다고 폐역을 시키기는 애매하고, 그래서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으로 격하가 되면서 역 시설을 그대로 놀리는 것 보다는 수익성을 위해 코레일에서 민간에게 역 대합실을 임대를 했었다고 합니다.

 

 

그게 2008년 부터라고 하는데, 새 진상역이 2016년에서야 완공되고 역의 기능이 옮겨갈 때까지 8년 동안 기차역과 고기집이 함께 공존하던 건물이 되었던 것이지요. 아... 지금은 구 진상역 건물 외형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기차역의 역할은 새 진상역으로 모두 옮겨갔고, 현재 고기집으로만 온전히 영업하고 있습니다.

 

구 진상역 내부는 여느 고기집 식당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되어 있고요. 마침 점심시간이라 육회비빔밥 한 그릇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혼자여서 고기를 구워 먹기는 부담스러웠고, 그냥 육회비빔밥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옛날 이곳 선로 옆으로 기차가 다니던 시절에는 식사를 하거나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할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육회비빔밥을 먹고 난 후, 구 진상역에서 도보로 100여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새 진상역으로도 한번 가봤습니다. 새 진상역은 역 거물이 선로 노반 아래쪽에 지어진 모습인데요. 새로 지어진 역이긴 하지만, 역시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무인역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진상역에는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4차례 왕복 운행을 하고 있어요.

 

승강장 쪽으로 올라가보면, 복선전철화 공사를 완료해서인지 깔끔하고 곧게 뻗은 시원한 선로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부전에서 이렇게 광양까지는 복선화 공사가 완료되어 있기는 하지만, 제가 갔을 땐 아직 전철화는 되지 않은 모습인데, 지금은 전철화가 되어 있다고 해요. 아직 전라도 서부경전선 라인은 복선 전철화가 되지 않은 구간이 많이 남아있는데, 언젠가 모두 복선전철화 공사가 완료되어 경전선 노선도 KTX 이음이 투입되어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노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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