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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여름(夏)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가 있는 부산 화지공원 정묘사

by @파란연필@ 2022. 8. 1.

여름철 진한 분홍빛으로 피어나는 꽃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배롱나무인데요. 주로 양반댁이나 서원 주변 같은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배롱나무는 7~8월 뜨거운 여름이 되면 가지 끝에서 진분홍 빛의 꽃을 피워냅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배롱나무 꽃만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분들이 많은데요.

 

전국에 유명한 배롱나무 꽃 명소들이 곳곳에 있지만,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릴 배롱나무 꽃 명소는 조금 특별한 장소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부산 양정동 화지공원 정묘사라는 곳에 위치한 배롱나무인데요. 정묘사는 부산의 동래 정씨 시조의 묘와 선산이 있는 곳이예요. 이 주변에는 2그루의 배롱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그 수령이 배롱나무 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무려 800년이나 된 나무라고 합니다.

 

 

실제 경북의 배롱나무 명소로 많이 알려진 안동 병산서원의 배롱나무 수령도 600년 정도인데, 이곳은 200년 정도 더 오래된 800년이라고 하니 이런 곳이 지금까지 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라고 하길래 궁금하기도 해서 직접 한 번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도심에 있는 곳이긴 하지만, 주차장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자차로 방문하기에도 좋습니다. 주차장에서 배롱나무가 있는 묘소까지는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됩니다. 이 길은 주변의 등산로와 연결된 구간이기도 해서 주말이나 휴일에는 등산객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기도 해요.

 

묘가 있는 곳까지 도착을 하게 되면, 돌담으로 둘러진 동래 정씨 사당과 함께 한쪽 옆으로 묘소와 배롱나무가 우뚝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묘소 옆 배롱나무를 둘러보니 왜 이곳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겠더라고요. 사실 아무래도 이곳이 사유지이다 보니 묘소 주변으로는 울타리가 넓게 쳐져 있기도 하고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배롱나무를 온전한 모습으로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냥 울타리 밖에서 먼 발치에서만 볼 수밖에 없었고, 그 마저도 울타리 주변의 나무들 때문에 가려져서 사진을 찍기도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라는 상징성이 있는 나무라면, 꽃이 피어나는 여름철에 한해서라도 사유지를 크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배롱나무 꽃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뒀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울타리 밖에서 망원렌즈로나마 촬영을 할 수밖에 없었네요.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800년이라는 세월답게 멀리서 봐도 꽤 오래된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굵은 가지들마다 진분홍 배롱나무 꽃을 피워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키는 약 6~7미터 정도 되고, 줄기의 둘레는 60~90cm 정도라고 해요. 조선시대도 아닌 무려 고려시대 때 심은 나무라고 하는데, 활짝 만개했을 때에는 정말 멋진 풍경을 보여줄 것 같았습니다. 비록 사유지라는 한계가 있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여름 한 시즌만이라도 부산시와 잘 협의해서 일반인들이 배롱나무를 잘 볼 수 있는 공간을 조금이나마 마련해 두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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