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동구릉, 조선의 왕이 잠들어있는 엄숙한 공간이지만, 이만한 숲길 산책로가 또 있을까?



세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왕조의 무덤 모두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조선왕릉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이 되었습니다.




이후 사람들의 조선왕릉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저역시 평소 조선의 역사와 왕조에 대한 관심이 컸었던 까닭에


왕릉 찾아가는 것을 좋아라 했는데요. 예전에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선릉과 정릉을 찾아간 이후


이번에는 서울 근교에 위치한 구리 동구릉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구리에 위치한 동구릉은 서울과 그 근교에 위치한 왕릉들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와 많은 능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실제 태조 이성계의 능인 건원릉이 조선왕릉 중에서 최초로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후 역대 왕과 왕비의 능이 차례대로 들어서며 9개의 능이 조성되어 현재까지 동구릉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옛 한양도성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구릉이라 불리는 이곳은


실제 서울의 동쪽인 구리에 위치해 있어요.





물론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도 괜찮은 편이라 서울 시내에서 전철을 이용한다면, 경의중앙선을 이용해 구리역까지 오시면 됩니다.


다만, 구리역에서 마을버스로 한번 갈아타야 하는데, 2번, 2-1번, 6번 버스를 타고 10여분 정도 가면 바로 동구릉 앞에서 내릴 수 있어요.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면 바로 동구릉 입구가 나옵니다.


동구릉을 비롯한 조선왕릉 모두 입장료가 있는데요. 동구릉은 만25세~만64세 사이에 해당되는 분만 1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되고


나머지 분들은 그냥 무료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구요.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이 되어 모두 무료입장이 가능합니다.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입구 오른편에 동구릉 역사문화관 건물이 보이게 됩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동구릉을 구성하고 있는 9개 능의 주인과 능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엿볼 수 있기 때문에


능을 둘러보기 전에 한번쯤 미리 예습을 하고 둘러보신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동구릉 역사문화관을 나와 거대한 홍살문을 지나게 되면 당시 능 제사와 재례를 준비하던 공간이었던 재실 건물이 나오게 됩니다.


평상시에는 능역을 관리하는 관리자 능참봉이 상주하며 근무하는 공간이기도 했던 재실은


원래 왕릉마다 하나씩 있도록 되어있지만, 동구릉의 재실은 모두 하나로 통합되어 입구 쪽 한곳에만 마련되어 있어요.







재실을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9개의 능을 차근차근 둘러보려 하는데요.


9개의 능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능 주변의 산책로가 울창한 나무숲으로 워낙 잘 조성되어 있어 가족나들이 나온 분들도 참 많더라구요.


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그래도 숲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으니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나중에 가을에는 단풍이 물든 모습도 정말 예쁠 것 같더라구요.




1. 수릉 (추존 문조와 신정황후의 능)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능은 문조와 신정황후가 합장된 수릉인데요.


문조는 제 23대 순조의 아들이었으며, 효명세자 시절 대리청정을 하며 일찍이 정치를 시작했으나 요절하고,


후에 헌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익종으로 추존되었다가 추후 고종 때 문조로 추존된 인물입니다.


그리고 신정황후는 효명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되었다가, 후에 왕대비가 되며 조선 후기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현릉 (문종과 현덕왕후의 능)







두번째 능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세종의 첫째 아들이자 5대 임금이었던 문종과 그의 왕비 현덕왕후의 능인 현릉입니다.


현릉은 왕과 왕비의 능이 하나의 정자각을 두고 서로 다른 언덕에 봉분이 조성되어 있는 동원이강릉의 형태로 되어 있어요.


사진의 왼쪽이 문종의 능이고, 오른쪽이 현덕왕후의 능입니다.


현덕왕후는 아시다시피 단종을 낳고 일찍 세상을 뜨면서 이후 단종의 비극을 막지 못했던 안타까운 역사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3. 건원릉 (태조의 능)





세번째로 찾은 능은 조선 최초의 왕, 태조 이성계의 능인 건원릉입니다.


이곳 동구릉에 최초로 자리를 잡은 능이기도 하구요. 태조가 승하했을 때, 당시 풍수지리에 능했던 하륜이 직접 이곳의 터를 잡아


능을 조성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가 워낙 좋아서인지 이후 왕들의 능이 건원릉을 중심으로 들어서면서 동구릉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건원릉은 특히 다른 능과 다른 모습을 띠고 있는데, 바로 봉분에 억새풀이 가득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태조는 말년에 고향인 북방 쪽에 묻히기를 원했지만, 아들 태종은 이곳에 능을 조성하며,


대신 태조 이성계의 고향이었던 함경도의 흙과 억새를 가져와 건원릉 봉분에 심어 현재 억새가 이렇게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4. 목릉 (선조와 의인왕후, 인목왕후의 능)







네번째 능인 목릉은 임진왜란 당시의 왕으로 기억되는 선조와 의인왕후, 그리고 인목왕후의 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의인왕후는 선조의 첫번째 왕비였지만, 후사 없이 일찍 세상을 떴고, 이후 어린 왕비 인목왕후를 맞아 들이게 되지요.


그래서 선조는 두 명의 왕비와 함께 이렇게 목릉에서 잠들고 있게 되었습니다.


정자각을 중심으로 제일 왼쪽이 선조릉, 중간이 의인왕후릉, 제일 오른쪽이 인목왕후릉이구요.


다른 왕릉들은 일반 관람객이 봉분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인목왕후릉은 울타리가 없어 가까이에서 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목릉의 정자각은 조선왕릉의 정자각 중에서 유일하게 다포형식의 건물로 현재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다고 하네요.




5. 휘릉 (인조의 계비인 장렬왕후의 능)





다섯번째의 능인 휘릉은 제 16대 임금인 인조의 계비였던 장렬왕후의 능입니다.


인조와 인조의 첫째 왕비인 인렬왕후는 파주 장릉에 합장으로 함께 잠들어 있지만, 계비인 장렬와후는 이렇게 따로 구리 동구릉에


외로이 잠들어 있는 모습이네요.




6. 원릉 (영조와 정순왕후의 능)



여섯번째 원릉은 조선 후기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영조와 그의 계비 정순왕후가 묻혀있는 능입니다.


원릉은 한 언덕에 왕과 왕후의 봉분을 나란히 조성한 쌍릉 형식으로 되어 있구요. 동구릉에서는 숭릉과 함께 유이한 쌍릉입니다.




7. 경릉 (헌종과 효현황후, 효정황후의 능)



일곱번째 경릉은 순조의 뒤를 이어 8세의 어린나이에 즉위한 헌종과 첫번째 왕비였던 효현황후, 그리고 두번째 왕비였던 효현황후의 능


세 개의 봉분이 나란히 있는 조선왕릉 유일의 삼연릉으로 조성된 왕릉입니다.


마찬가지로 봉분 위쪽으로는 올라가지 못해 아래쪽에서만 사진을 담다 보니 세개의 봉분이 잘 안보이네요. ;;;




8. 혜릉 (경종의 원비 단의왕후의 능)





여덟번째 혜릉은 숙종과 장희빈의 아들이었던 경종의 원비 단의왕후의 능입니다.


경종이 세자시절 당시 세자빈으로 책봉되었지만, 경종이 즉위하기 전 세상을 떠났고, 즉위 후 왕비로 추봉되어 능이 된 곳이예요.




9. 숭릉 (현종과 명성황후의 능)





동구릉에서 마지막 코스로 둘러본 능인 숭릉은 제 18대 임금이었던 현종과 왕비 명성왕후의 능입니다.


원릉과 마찬가지로 쌍릉으로 조성되었으며, 숭릉의 정자각은 조선왕릉의 정자각 중 유일한 팔작지붕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쉽게도 지금 숭릉의 수복방 공사중으로 가림막이 쳐져 있어서 정자각은 제대로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암튼.. 조선왕릉 중에서도 가장 수가 많고 규모가 큰 동구릉을 모두 둘러 보았는데, 


하나하나씩 능의 주인과 그 시대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니 나름 의미있는 여행지가 되더라구요.


거기에 능과 능사이를 이어주는 울창한 숲의 산책로는 덤이라 능의 주인과 역사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냥 산책을 즐기는 것 만으로도


꽤 괜찮은 곳이 아닐까 생각됩니다.